당신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봄이었다
덮어쓴 파일처럼 복구할 수 없는 생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쓴 날 많았다

온종일 먼지 같은 당신을 덮어쓴 채
불러오고 잘라 내고 붙여 넣는 조각, 조각
새 폴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는 기억들

드르륵, 불길 속에 나무 관 밀어 넣고
닫히지 않는 서랍처럼 삐걱거렸을 때
뼛가루 덮어쓴 강도 깊이 잠겨 있었다

이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