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 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 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 들고
값싼 화장이 뭉개진 작고 동그란 얼굴을 넌지시 들여다 볼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지 나는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원짜리

십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뜻할 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가만가만 쓸어줄 텐데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박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