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못 먹어서
미음을 먹는다.

누군가에게 뒤를 밟힌 기분으로

검은 색 꽃 본 적 있어?
검은 색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요즘 너희 엄마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니?
무지개를 지우개라고 했다니까.

숨을 죽인다는 말은 영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 엄만 천재예요.
냉동고에 있던 무지개가 찜통 속에서 푹푹 쪄지고 있으니까.
곧 저녁 테이블을 가득 채울 거니까.

불붙이는 사람과 불어 끄는 사람이 같은 건
반칙이 아니다.

소원은 다음 소원을 빌 때까지만 유효하고
이 방에선 오직 기념일 초만이 색을 가지고 있다.
어서 불어주세요. 머리가 뜨거워요.

나의 소원은
색색의 무지개떡이 개떡처럼 뭉개지지 않는 것.
꽝꽝 얼었던 것이 김이 펄펄 나게 되살아났다고 해도

무지개를 믿지 마세요.

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