角者無齒

아름다운 뿔을 갖지 못한
우리는 날카로운 이를 가졌지

첫 키스를 기억하니,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가 했는데
딱딱한 이를 만나 깜짝 놀랐던 거
아, 그래, 당신에겐 숨겨둔 이가 있었지

달콤한 것 뒤에는 푹 찌르는 것
그게 사랑인 줄로만 알고
서로 이빨을 부딪치며 눈이 부어오르던
뽀족한 혀의 시절

키스의 형식은 춤일까, 울음일까

속임수 같은 입술 지나 사금파리 박힌 벽을 넘어야
말캉한 너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가장 약한 데를 서로 핥으며 노루처럼 순해질 때
이는 사라지고 향기로운 뿔이 솟는다는 사실

수백의 가지를 뻗치는
쓸모없는 뿔이 갖고 싶은데
뿔을 만나 겯고 싶은데

자꾸 내 이빨에 혀를 물리네

이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