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지붕을 흔들 때마다 성격이 바뀌곤 했어
집이 서울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강아지도 지붕을 향해 뛰어올랐는데
발톱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었지
주전자가 이글거리는 계절부터 주전자가 검어지는 계절까지
멈춰 있는 낮달
전날의 웃음소리와
얼어가는 뒤란을 간직한 건 그림자들뿐이었지만
목을 축여주지는 못했어
그들은 파리한 낮달처럼 말이 없고
계단을 짧은 양말로 내려오는 저물녘
빈 거리를 사귀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야
펄럭이는 천막이 잃어버린 외투 같을 때면
눈을 찌를 만큼만 머리를 자르고 싶어져
눈썹 위의 바람이 잘리더라도 머리칼로 덮을 수 있게
주전자가 검어지는 계절부터 주전자가 이글거리는 계절까지
편지가 되돌아올 때마다 성격이 바뀌곤 했어
낮달을 보면 왜 목이 마를까

김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