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고 싶어서
가만히 울어본 사람은 안다
목을 꺾으며
흔적 없이 사라진 바람의 행로
그렇게 바람이 혼잣말로 불어오던 이유
이쯤에서 그만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나에게
끝없이 수신인 없는 편지를 쓰게 하는 이유

상처의 몸속에서는 날마다
내 몸에서 풀려난 괴로움처럼 눈이 내리고
꽃 따위로는 피지 않을
검고 단단한 세월이 바위처럼 굳어
살아가고 있지

2.
손목
그어도 돼
여윈 손목 골짜기마다
아스라이 꽃 피우도록
끝없이 거절하는 일
죽을 만큼 분노하는 일
그리하여 용서를 구하는 일
낡은 사진에 오래 입 맞추는 밤이 다 지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말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