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것들이 갈수록 착해지는 게 싫어서
비명이 말랑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건 죽기보다 싫어서
버려진 것들은
낡아가지 않고 죽어버리라고
종일 휘파람을 불었다.

먹다 버린 빵처럼 떼어먹히고
세상 밖으로 자꾸 몸이 기울 때
내가 살던 응암동 110-33호는
이승이었던가
비가 오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맨드라미 붉은 목을 찾아
아무리 마음을 세워봐도
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
다시 오더라도 이렇게 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나는 죽더라도 온 힘을 다해 죽을 거라고 다짐했다.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