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변한 게 없었다 마치 『A가 X에게』 보낸 편지에서―그들은 늘 떨어져 있었지만―언제나 같이 있는 느낌처럼, 그는 나를 곧 익숙하게 만들었다 빗속에서 우리는 각자 우산을 들고 걸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많은 순간이 함께였다 그는 뭔가 매달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표 나지 않게 애를 썼다 별말 하지 않았지만 그와 나 사이에 아직 젖은 얼굴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그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이향